[시]그리하여 영영 기다리지 않은 것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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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생각하며
[How to live in this world] 6회


누군가의 부재로부터 살아가는 법 
by 김슐




  간만에 오랫동안 아팠다.
  우습게도 드러누울만큼 아프진 않아서, 버릇처럼 글을 썼다.

  1인 가구의 장점은 혼자 살 수 있다는 것이지만, 동시에 혼자 산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 된다.

  그치만 우리는 어차피 영영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부재를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_


  너는 오지 않는다

  여름에도 소식이 없자
  더는 만질 수 없는 것이 생긴다

  늦은 새벽엔
  젖은 바람이 불었다

  그맘때엔 숨이 자주 막혔다
  눕지 않은 이의 그림자가 드리워서

  새벽이 되면 자꾸
  신경질적으로 이부자리를 가다듬었다

  물 먹은 이불은
  끝도 없이 무거워지고
  그러니 침대를 연못이라고 부르자

  바닥이 훤히 내다보여서
  빠져 죽지도 못하도록

  허물어지는 옥상을 쳐다보는 것도
  비를 삼킨 구름이 추락하는 것도
  뜬 눈으로 연못을 지켜보는 것도

  오지 않는 이의
  죽음을 목격하지 않으려 하는 일

  자욱하게 내려앉은 여름 사이로

  계절의 일은 끝도 없지
  그러나 바깥은 온통,

  너는 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영영
  기다리지 않은 것으로 하자







연재 정보
연재명How to live in this world
연재 슬로건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생각하며
연재 소개
살아남다. 라는 말은 꽤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단순히 내 육신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 를 생각하고 나면 살아남는다는 말이 가지는 해석의 여지는 끝없이 넓어지는 것처럼, 다양한 순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감정의 파도 속이던, 우리가 피부로 목격하는 진짜 위협 속이던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말어떤 세상에 살고 계신가요
작가 정보
필명김슐
작가소개요동치는 지구에서 이름이 지워지는 사람들을 위해 일합니다.
무엇이던 쓰고, 그보다 더 많이 지우곤 합니다.
작가의 말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하자 어떻게든 살아지는 것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sep.twenty.f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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