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못내 씀을 강요하기에는 이미 타버린 것들이 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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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듣는 세상, 가끔은 소란스러운
[무소음無騷音] 6회


달고나 수난시대    
by 차수민




  달고나를 만들 때 식소다가 없으면 부풀지 않듯이
  마냥 달기만 한 생은 되직해지긴 할지언정
  부풀어 변할 일은 없을 거라고
  설탕 묻힌 철판에 눌리며
  그리 말하던데

  보글보글 불길에 몸을 쏘이며
  군데군데 찌그러지고 탄 채로 거뭇한 국자는
  미처 부풀기 전 눌어붙어 죽어버린 것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못내 씀을 강요하기에는 이미 타버린 것들이 쓰기에
  실패야 도전하면 그만 눌어붙은 건 녹여 닦아내면 그만
  그러니 설탕의 애도는 국자만의 것

  말릴 생각은 않는다 달구어지는 심정을 모르는 것 아니기에
  다만 제 몸 녹을 적 조금이라도 아프지 않게
  감싸고 감싸며 대신 불을 감내하는 일
  그게 어른의 몫이던가
  또는 침묵한 자의
  무음 응원

  있잖아 나는 별이 될래요
  쇠틀에 몸 꾹 눌리며 건네는 마지막 인사




연재 정보
연재명무소음無騷音
연재 슬로건소리 없이 듣는 세상, 가끔은 소란스러운
연재 소개세상을 적습니다. 손가락에 끼워진 색안경이 친구입니다. 지독한 향입니다.
하고 싶은 말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정보
필명차수민 
작가소개글로 접하는 세상, 문자로 그려내는 소리.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삶의 단면들을 조각내어 하나하나 기록합니다. 
작가의 말무언가를 항상 써 내려 갑니다.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photo_non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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