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필요한 말들이 필요한 만큼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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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는 모든 기쁨
[찬사] 3회

권위에 대한 찬사 
by 송유수




  모두가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살아가듯, 내게도 그 기준이 되는 몇 개의 문장이 있다.


  ’오직 선한 사람만이 본인의 선함을 의심하여 선을 행한다’


  이 문장은 일전에 나의 친구가 내게 전해준 것으로, 내 삶의 기준이 되는 문장 중 하나인데, 지금 보면 자기객관화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해석된다. 때문에, 이 문장은 모든 단어로 ‘선함’을 대체 할 수 있기도 하다. 그렇게 오늘 대체하고 싶은 단어는 권위이다.

  어떤 권위가 자신의 권위를 의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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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최근 읽었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말하라고 한다면, 역시 신형철 평론가의 『인생의 역사』이다.  좋은 글이 많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허투루 쓰인 지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물이 가득 찬 풍선처럼 책이라는 풍선 안에 필요한 말들이 필요한 만큼 차 있었다.

  『위반하는 글쓰기』라는 책을 쓴 강창래 작가는 추천사 한 줄을 쓰기 위해 9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신형철 평론가는 이 책을 자신의 권위, 명성에 알맞는 쓰기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시간을 흘렸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영원히 알 수 없으면 영원히 공부해야 한다.’라는 말을 한 사람인 만큼 얼마나 고고한 깊이를 갖고 있을까 생각하니 아득했다.

  한때, 여러 분야 권위자들의 성추문 사건들과 잘못된 권력 남용으로 권위에 대한 반발심이 매우 크게 일었었다. 때때로 나도 동감했다. 그러나, 신형철 평론가의 섬세하고 잘 축적된 글을 접할 때면, 어떤 것은 권위가 있어야만 더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나희덕 시인의 설명이 떠오른다. 권위라는 단어는 잘못된 적 없다. 잘못 휘두르는 자가 있고, 잘못 휘두르기 쉬운 것 뿐. 견고한 정신과 고통을 잘 쌓아온 사람이라면, 자신이 권위에 오염되도록 본인을 결코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권위를 추종하는 이들에게 더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웃긴 일이지만, 주머니시가 요 몇 년 고통의 시간을 겪은 것은 내가 권위에 오염되지 않도록 단단해질 기회를 준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합리화와 망상을 하는 나도 참 웃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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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역사』의 프롤로그를 보면 당신은 이 책을 절로 사고 싶어질 것이다. 빌리는 게 아니라, 한 구석에 두고 두고 보고 싶어질 것이다. 이 책은 신형철 평론가가 세상에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위해 쓴 책이지만, 이 책은 모두에게 이롭다. 우리 모두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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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책 내용]

[1]

  최근, 주호민 작가의 갑질 이슈가 있었다. 시시비비는 법정 가서 다룰 일이지만, 내가 매우 슬펐던 것은 녹취록 음성 파일을 공개하라는 사람들의 잔인한 말이었다. 『인생의 역사』 1부, 고통의 각에서 소개되는 ‘왜 모든 강간은 두 번 일어날 수 있는가’가 생각났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강간만 두 번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2]

  일전에도 주머니시의 스토리 게시물을 통해 전했던 2부, 사랑의 면에 있던 '무정한 신과 사랑의 발명.'에서 나온 문장.

  "내가 생각하는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는 증거를 쥐고 기뻐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염려하는 사람이다. 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신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곁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 세상의 한 인간은 다른 한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발명해 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오랜 시간 지나 본 것은 살려 달란 얼굴이었다.

 



 


연재 정보
연재명찬사
연재 슬로건관찰하는 모든 기쁨
연재 소개온 미디어가 혐오로 도배 되어도 기쁨과 감사함을 발견하겠다는 목표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쉬이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은 말은 주머니에 고이 접어 넣어 세탁기에 돌려버리자.
작가 정보
필명송유수
작가소개주머니시 기획 및 제작자. 광고를 전공했다. 
작가의 말줄 것만 생각합니다. 줄 것은 내가 안부를 전할 수 있는 당위성입니다.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the.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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