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키보다 깊은 물에 빠져본 적은 없어 이것은 불시착이니까

조회수 289

내게 주어진 단단한 과일의 속을 봐 보자
[단단한 과일의 껍질을 끊임없이 한 줄로 자르기] 5회


바다라는 바닥
by 포포사




  살고 싶다는 마음보다 먼저

  손은 레버를 당긴다


  의자가 덜컹거렸다

  ㅡ

  절벽에서 바라본 하늘과 바다는

  아무리 봐도 다르게 생겼지만

  사이에 놓인 전투기 조종사는 가끔 착각하기도 한다고

  남겨질 이에게 사랑한다는 외침보다 빠르게

  세상은 이미 몇 번이나 뒤집혔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누군가를 기다렸던 일은 모두에게나 있겠지. 그렇다고 모두가 주머니 속 동전을 떨어트렸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운동장 위로 찍힌 행방을 알 수 없는 발자국들을 보며 나는 다짐했었네. 두려워하지 않기로. 고작 동전 몇 푼이 사람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운동장을 벗어날 땐 나도 발자국이 있다는 걸 알게 돼. 해지는 하늘과 운동장도 엄연히 다르다는 걸 아니?

  이제 고작 전투기 조종사의 이, 삼초가 지났다

  ㅡ

  내 키보다 깊은 물에 빠져본 적은 없어

  이것은 불시착이니까


  불시착하는 전투기의 비행운은 먹구름 같겠지만

  비는 한방울도 내리지 않는 세계에서


  조종사는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전투기를 몰던 과거를 영영 잊고


  사람은 왜 천천히 떨어지는 순간에서야

  외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조종사는 몸을 최대한 웅크린다

  침착하게 바다에 앉는다





연재 정보
연재명단단한 과일의 껍질을 끊임없이 한 줄로 자르기
연재 슬로건내게 주어진 단단한 과일의 속을 들여다보기
연재 소개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따금 누군가가 방문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작가 정보
필명포포사
작가소개주머니시 작가
작가의 말내가 하고 싶은건 단지
단단한 과일의 껍질을 끊임없이 한 줄로 자르기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poposa94

 


아래 버튼은 후원 버튼으로,
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후원금*은

웹진에 참여하신 작가분들께 전달됩니다.


 

*후원금 기준액은 1,000원입니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