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는 어느새 엉덩이를 끌며 내 발밑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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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line)에서 떨어져요.
[안과 밖 혹은 그 아래] 4회


안녕, 나의 사랑하는 괭이밥 
by 오순



  오물을 뒤집어썼다 냄새는 견딜 수 없었다 옷을 벗고 욕실에 주저앉았다 샤워기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쏟아졌다 비명인지 울음인지 터져 나왔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체감온도는 그보다 5도 더 떨어졌다 더구나 너는 수상했다 틈만 나면 핥았다 엉덩이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까끌까끌한 혓바닥으로 똥구멍 아래를 핥고 또 핥았다 네가 그러거나 말거나 드라이기를 들고 보일러실로 달려갔다 너는 엉덩이를 끌며 기어와 엉거주춤 보일러 앞에 선 발가벗은 나를 올려다보았다

 

  뜨거운 물이 안 나와


  유리문에 대고 너에게 소리쳤다

 

  고름이 나와

 

  너의 눈빛이 내질렀다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고

 

  나는 거의 울부짖었다

 

  씻어내야 한다고

 

  빛나는 암석 같은 너의 눈에서 누르무레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유리문 표면에 두 개의 얼음결정이 생겼다 하나는 거무스름하고 다른 하나는 노르스름했다

  순식간에 두 개의 얼음결정이 하나가 되었다 그 가운데에 균열이 일어나고 유리문이 깨졌다

 

  눈이 떠졌다 잠이 깨졌다 싱크대로 달려가 온수를 틀었다 물이 나오지 않았다 너는 어느새 엉덩이를 끌며 내 발밑에 와 발등에 묻은 오물을 핥아주었다


 





연재 정보
연재명안과 밖 혹은 그 아래
연재 슬로건그 선(line)에서 떨어져요.
연재 소개들여다보려고요.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불안이며 슬픔이며 드러내지 못한 욕망까지. 영영 그 안을 헤매는 길밖에 도리가 없다 해도 말이죠.
하고 싶은 말어떤 색깔을 좋아하세요? 저는 블루를 좋아합니다. 
작가 정보
필명오순
작가소개손목에 선인장과 달을 새겨 넣었어요. 
작가의 말파프리카를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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