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극단적단어 사용은 필수불가결인 것이면서 변화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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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는 모든 기쁨
[찬사] 2회

극단에 대한 찬사 
by 송유수




  나는 세상 모든 것이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특이점이라 함은 물리적인 수치 뿐 아니라, 사람 간 이해관계도 수치화 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인데, 이 믿음은 내가 모두와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준다.
숫자와 숫자 사이에는 반드시 중간값이 있는 것처럼, 모든 이해관계를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면 어떤 갈등에도 모두 만족할 만한 중간값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 희망을 믿고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를 썼다. 민감할 수 있으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 세상 절반과 절반의 싸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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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 10년 간, 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운 단어를 꼽자면 페미니즘을 꼽을 수 있겠다. 이 단어는 너무 뜨거운 나머지, 같은 공간에서 대화하는 이들의 갈등을 일으키는 주문이 되기도 한다.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언급하면 안되는 그 이름**처럼. 그러니까,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누군가는 경계하고 거부하는 걸 넘어 공포까지 느끼는 극단적 단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극단적 단어에 감사함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우리 사회가 꽤 괜찮은 중간값을 찾아가고 있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대개 안정을 꾀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방법이나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변화하기 어렵다. 그게 큰 변화라면 더욱이 그렇다. 그렇다면, 유래를 알 수도 없을만큼 오랜시간에 걸쳐 고착화된 사회적 성역할과 편견을 부수기 위해선 얼마나 큰 극단이 필요할까.
  그러니, 극단적 단어 사용은 필수불가결인 것이면서 변화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일 것이다. 좋게좋게 말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 이는 세상 모든 것이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내 믿음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두 점 사이에 중간값이 커지려거든 대척점에 있는 값 역시 커져야 하니까.

  물론, 나 역시 변화를 원하는 이들의 모든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동의를 할 수 없는 시대적, 생물학적 환경을 갖고 있다.(그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고 기만이다.) 그러나, 극단적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어떤 문제를 들추어내고 발제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사와 존중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라는 거대한 이름의 반대를 무릅쓰고 극단적 단어를 사용하는 이. 모두 용감하고 비범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페미니즘이란 극단적 단어가 여성과 남성 모두 가부장이란 억압과 강요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더 이상 페미니즘이 극단적 단어와 주제가 아니게 되었을 때, 여성과 남성 모두 동등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믿는다.

  다만, 유의할 점이라면 대화를 더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말을 꺼내기 어렵다면, 가족과 함께 시작해보자. 간혹,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가족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다고 이 주제에 대해 대화하기를 꺼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현승 시인의 문장을 빌려 말한다.

  ”조금씩 어긋나는 대화가 좋다. 다 이해할 수 없어서 존중하게 되니까.”
  - 이현승, 『문학동네시인선 160, 대답이고 부탁인 말』

  민감한 주제인만큼,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만큼, 내 논리의 완벽을 주장하는 관계보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관계여야 한다고. 그러니 가까운 이와 대화하자.

  이는 MZ라는 극단적 단어를 통해 이뤄지는 세대 간 갈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디지털 매체의 주 스피커는 10~30대이다 보니 우리는 한 쪽만의 이야기를 듣게 될 경향이 크다. 그것 역시 하나의 폭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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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절반과 절반의 싸움 : 영국 유명 드라마 시리즈 셜록의 극장판 <유령신부:셜록> 의 후반, 극중 인물 셜록 홈즈가 하는 말로 남성과 여성의 싸움을 이야기 한다.
  **그 이름 : 볼드모트, 소설/영화 해리포터의 극중 인물
  ***극단적 단어 : 갈등을 부를 수 있는 단어로 표현했다.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역사가 매우 긴데다 전혀 나쁜 단어가 아니나, 대한민국 사회에서 전연령과 성별에 걸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다른 예시로, MZ가 있다. ‘틀딱’이나 ‘잼민이’는 혐오 표현이므로 이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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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페미니즘을 여성인권 회복, 증진 운동이라고 아주 작은 범위 내에서 개인적으로 해석하였다. 당신이 ‘우리나라에서는 페미니즘이 변질됐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더라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니 주의. 이 글은 혐오와 미러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연재 정보
연재명찬사
연재 슬로건관찰하는 모든 기쁨
연재 소개온 미디어가 혐오로 도배 되어도 기쁨과 감사함을 발견하겠다는 목표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쉬이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은 말은 주머니에 고이 접어 넣어 세탁기에 돌려버리자.
작가 정보
필명송유수
작가소개주머니시 기획 및 제작자. 광고를 전공했다. 
작가의 말줄 것만 생각합니다. 줄 것은 내가 안부를 전할 수 있는 당위성입니다.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the.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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