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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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디저트] 4회


공갈빵 
by 무구



 

  가난하고 아름다웠던 유년 시절. 엄마는 유치원 다니는 내 손을 잡고 시장엘 다녔다. 높다란 천장은 빛이 반 틈 쏟아지는 지붕으로 가려져 있고, 바닥은 왠지 축축하고 습기가 차서 걷다 보면 찰박찰박 소리가 나던 동네의 작은 재래시장.

  엄마는 그날 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갔겠지만, 내 눈에 들어오던 것은 그때 한참 가지고 놀던 미미에게 신겨줄 신발 세트였다. 나는 옆에서 장난감이 갖고 싶다 조르고, 어린 동생은 등에 업고, 가족들이 먹을 장까지 봐야 했던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렇게 실랑이하며 시장 골목을 걸어가다가 내 머리통보다 더 커 보이는 거대한 빵이 투명한 유리 진열대 안에 차곡차곡 놓여 있던 모습을 보았다.

  “엄마, 엄마, 저거는 뭐야?”

  “응? 그거, 공갈빵이야.”

  “공갈빵? 이름이 왜 공갈빵이야?”

  “아, 그거는...”

  엄마의 설명대로 힘을 주어 와그작, 하고 부숴낸 빵 안은 텅 비어 있었고, 부서진 조각을 하나 집어 입에 넣으면 안쪽 면에 붙어있던 달콤한 것이 입 안에 가득 들어왔다. 바작바작하고 고소 달콤한 공갈빵의 맛. 커다란 공갈빵 하나를 나 혼자 다 먹겠다고 고집을 부렸을지도 모른다.

 

-

 

  고등학교 하굣길에도 가끔 시장에 들러 공갈빵을 사 먹었다. 한참 이런저런 숫자에 민감해질 나이, 공갈빵은 속이 비어 있으니 부담 없지 않을까 하는 속 없는 생각도 하굣길 소비에 한몫했겠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공갈빵의 크기가 너무 작아진 것 같아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이거 나 어릴 적에는 더 크기가 크지 않았어? 요즘 물가가 올라서 그런가, 크기가 너무 작아진 것 같아.”

  “에구, 얘, 그땐 니가 어렸으니까 그게 그렇게 커 보였겠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지 뭐.”

  “아니야, 그때는 진짜 머리통보다 더 컸단 말야. 진짜 쟁반만 했어!”

  “하하하, 그땐 네 머리통도 그만큼 작았어.”

  엄마의 말이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억울했다. 그치만 정말로 쟁반만큼 커다란 공갈빵이 있었단 말이야!







연재 정보
연재명디저트
연재 슬로건달콤 쌉싸름한
연재 소개밥보다 디저트를 더 좋아합니다. 근데 가끔은 내가 정말 이 맛을 좋아하는지 아님 이 음식에 얽힌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진짜 제 이야기인지 아님 만들어낸 이야기인지는 크게 상관없어요. 때론 맛보다 다른게 더 중요한 순간이 있듯이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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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보
필명무구
작가소개작가이자 예술가, 창작자로 오래오래 살아남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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