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난 그걸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었고, 자유로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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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는 모든 기쁨
[찬사] 1회

출판업에 대한 찬사 
by 송유수




  나는 종종 말한다. 행복하면 돈을 벌 수 없을 거라고. 충만한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선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고통을 수반해야만 한다고. 이 말은 내 삶을 이끄는 대표 이론 중 하나로, 나는 실제로 돈을 꽤 벌고 싶기 때문에 종종 이 이론에 대입하여 고통스런 삶을 갖겠다 다짐하는 편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내 삶은 나의 다짐과는 다르게 나아가고 있는데, 그건 내가 출판이라는 업계에 꽤 행복해 하며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순서를 바꾸어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난 돈을 벌지 못하지만 출판이라는 업계에 꽤 만족하고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라는 말이 있다. 본인의 스트레스를 남에게 표출하는 것을 지양하라는 행동거지 양식이라고 가볍게 이해할 수 있겠다. 이전에는 이 말에 대해 별 의심없이 동의했던 것 같다. 회원가입에 필요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처럼. 그러나, 최근 이 말을 꼼꼼히 따져보게 되었는데 머리에서 튀어나온 첫 문장은 이랬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을 수 있지?”


  흔해 빠진 나르시시즘적인 태도가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데 어찌 일관되게 친절한 태도로 누군가를 대할 수 있냐는 순수한 물음이다.

  스트레스는 정신과 신체 모두에 큰 영향을 끼친다. 현대인이 흔히 겪는 만성적 위염은 아메리카노 하나 때문만은 절대 아닐 것이다. 현대 과학의 집합체이자, 생명기술의 최접점인 의학에서도 스트레스는 가장 강력한 질병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니까, 기분(스트레스)이 태도(표출)가 되는 것은 지양하면 좋은 일은 맞으나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내게 화란 수납장 가장 안쪽에 위치한 수건이다. 웬만해선 꺼낼 일이 없는 편인데, 그건 내가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낙관적인 성향만으로는 고단한 삶의 스트레스를 버티기 어려우므로. 그저 내가 스트레스에 의해 땀을 흘릴 일이 많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1인 사업가여서 팀원과 다툴 일도 없거니와 대부분의 컨택도 메일로 이루어지고, 거래처와는 나름 대등한(?) 갑과 을 관계이므로 갑질의 발생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이따금 매장에 방문하여 담당자분을 만나는 일도 분명히 생기지만, 불친절하다거나 갑질을 하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이것만 해도 매우 감사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출판이라는 업계는 한 단계 더 반대로 나아간다. 바로, 심히 온화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단편적인 예시로, 일전에 정지우 작가님의 소개 덕분에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최인아 책방에 들러 매니저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날 이후, 재방문하여 주머니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매니저님께서는 경청해 주셨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궁금한 것을 여쭈어 주셨다. 내게 친절히 설명 잘해줘서 고맙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조심스러운 따뜻함. 따뜻함을 전하는 것조차 배려심이 깊다고 말하면 이 느낌이 좀 전해질까 싶다.

  이 업계의 온화함은 적당히 시원하고 따뜻해서 땀 흘릴 일이 없다. 충만한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없다. 그래서 돈을 잘 벌지 못한다. 그럼에도, 종종 행복감을 느낀다.

  경제적인 면에 있어 출판활동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 동의한다. 내가 하고 싶은 아주 작은 일 조차 경제력이 동반되어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니까. 그러나, 그 현실마저 상대적인 것이다. 기준이 되는 현실은 아마도 당신과 나의 현실. 자격론에 빠진 우리 시대는 어쩌면 너무 현실적이어서, 비현실이 되어버린 삶의 목표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족한 것 없이 시작하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난 그걸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었고, 자유로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리고, 이 업계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



 


연재 정보
연재명찬사
연재 슬로건관찰하는 모든 기쁨
연재 소개온 미디어가 혐오로 도배 되어도 기쁨과 감사함을 발견하겠다는 목표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쉬이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은 말은 주머니에 고이 접어 넣어 세탁기에 돌려버리자.
작가 정보
필명송유수
작가소개주머니시 기획 및 제작자. 광고를 전공했다. 
작가의 말줄 것만 생각합니다. 줄 것은 내가 안부를 전할 수 있는 당위성입니다.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the.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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