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의 세상이 반파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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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단단한 과일의 속을 봐 보자
[단단한 과일의 껍질을 끊임없이 한 줄로 자르기] 3회


놀이공원에서: 범퍼카  
by 포포사




  사람은 섬이 아니라 행성이었지
  자신만의 궤도를 지키는 것이
  무리에서 퇴출당할 이유가 되기도 하지

  그러니 우리 외곽만 돌진 않기로 해
  여기에 정해진 트랙은 없고
  이건 부딪혀도 값이 떨어지지 않는 기쁨이야

  불시착한 조난자들 같아
  경기장 안의 사람들은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보다
  상황을 깨닫자
  필사적으로 부싯돌을 부딪치는

  봤지, 정면이 아니라
  살짝 엇나가는 거
  뒤에서 냅다 박지 않기

  천장과 범퍼카의 접지면에서
  스파크가 튀자
  경기장 밖에 줄을 선 사람들이 함성을 지른다

  그제서야 거대한 발전기처럼 웃는 조난자들
  -
  경기가 끝나자 사람들은
  왼손으로 가볍게 목덜미를 움켜쥐고
  범퍼카에서 내리며 초면인 것도 잊은 채
  -좋았다, 재밌었어요
  서로를 향해 오른손을 흔들며 멀어져 갔다

  이내 사람들이 빠져나간 경기장 안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이 들어와
  떨어진 소지품을 주워 주인을 찾아주고
  한가운데 모여있는 범퍼카들을 띄워 놓는다

  다가온 우리의 차례였다

  안전벨트를 꼭 매고
  엑셀에 발을 올려 모두와 눈을 맞추길

  너의 세상이 반파되기를



연재 정보
연재명단단한 과일의 껍질을 끊임없이 한 줄로 자르기
연재 슬로건내게 주어진 단단한 과일의 속을 들여다보기
연재 소개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따금 누군가가 방문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작가 정보
필명포포사
작가소개주머니시 작가
작가의 말내가 하고 싶은건 단지
단단한 과일의 껍질을 끊임없이 한 줄로 자르기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poposa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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