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래도 이걸 봐요, 나는 내가 부끄러운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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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듣는 세상, 가끔은 소란스러운
[무소음無騷音] 3회


눈사람 순회공연  
by 차수민




  나는야 연주자 순회공연의 피앙세
  음악은 나와 결혼했지 세간에서는 이걸 일중독이라 하던가
  포르티시모의 속력으로 내리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하나 된 몸으로 환영을 구하는 것은 어리석다고들 하던가

  거적때기 목도리와 돌멩이로 비뚜름한 눈
  대걸레 냄새나는 양동이 모자 머리가 몸보다 조금 큰
  그래도 이걸 봐요, 나는 내가 부끄러운 적이 없어요

  눈이 내리는 날의 온도는 평상보다 높음
  고요의 속에서 어떤 음정으로 녹아내리는 눈사람을
  죽음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아, 자기?
  한 철을 전부 바쳐 살아간다는 것이?

  한 계절을 바쳐 틀림없이 사랑했으니 이건 순회공연이잖아
  다음 겨울이 오면,
  다음 겨울이 오면 찾아갈게요




연재 정보
연재명무소음無騷音
연재 슬로건소리 없이 듣는 세상, 가끔은 소란스러운
연재 소개세상을 적습니다. 손가락에 끼워진 색안경이 친구입니다. 지독한 향입니다.
하고 싶은 말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정보
필명차수민 
작가소개글로 접하는 세상, 문자로 그려내는 소리.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삶의 단면들을 조각내어 하나하나 기록합니다. 
작가의 말무언가를 항상 써 내려 갑니다.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photo_non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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