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누군가의 삶이 다하면 별이 된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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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생각하며
[How to live in this world] 2회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살아가는 법 
by 김슐




누군가의 삶이 다하면

 

별이 된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랑하던 사람들은 모두 별이 되어있겠지

그리하여 한 번씩은 눈이 마주치겠지

 

할아버지의 별은 어디에 있습니까

은하수를 향해 걷는 사내의 발자국이 반짝이고

 

낯익은 사내의 낯설게 씩씩한 발걸음이

 

할아버지 저는 괜찮으니

따님이나 내다보셔요

 

여전히 섬에는 별이 많고

 

-

 

시에 사족을 다는 일이 너무나 부끄럽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감상을 방해하는 일이 될까 싶어 자제하고 싶었지만

 

어쩌면 이 글에는 미처 적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도 좋을까 싶어 짧게 덧붙이자면,

 

우리 할아버지는 특이하신 분이었다.

철도 공무원이셨고, 철도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시다가 국가유공자가 되셨다.

 

안 읽으신 책이 없었고, 모르시는 것도 많지 않으셔서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곁에서 한참이나 재잘거리다 보면 나지막하게 이야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남는다.

 

은퇴하시고는 농부의 삶을 사셨다.

할아버지의 작은 (그리 작지만은 않았지만) 농장에서 사촌들과 뛰놀다 강아지들이 무서워 도망치거나 어머니의 곁에 앉아 바람을 맞던 일들이 여전히 생생하다.

 

할아버지의 냉장고에는 늘 와퍼가 얼려져 있었고,

전자레인지에 데운 햄버거에 잭나이프로 양상추와 토마토를 넣어

소주와 함께 드셨다.

 

어머니한테 대차게 혼나고 도망간 나를 따듯하게 감싸주시던 것도,

자주 연락 못 드려 죄송하다는 전화에 ‘노 뉴스가 굿 뉴스’라며 호탕하게 웃으시던 것도,

대학에 갔다는 소식에 흔쾌히 첫 등록금을 내주신 것도,

모두 나의 마디마디에 잘 새겨진 기억들이다.

 

그렇게 마디마디 기억들을 더듬다 보면
또 문득 얼마나 특이한 어르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다.


은하수로 떠나시기 얼마 전에 눈도 잘 못 뜨시다가

딸이랑 손주가 왔다며 알아보시고 좋아하시던 모습들을 생각해보자면

 

나는 자꾸만 밤하늘을 쳐다보고

개중 제일은 아니더라도 유독 밝은 별 하나가

우리 할아버지리라 확신하게 된다.

 

장례를 마치고 제주로 돌아오니 하늘에선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거참, 저는 됐으니 따님이나 내다보시지.

 

 

-

 

'아마도 이자람 밴드'의 ‘은하수로 간 사나이’라는 노래를 함께 들으면 좋겠다.

 

우리 할아버지는 아마 버스도 택시도 타지 않고 걸어가셨겠지.

거봐, 진짜 특이하신 분이라니까.

 







연재 정보
연재명How to live in this world
연재 슬로건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생각하며
연재 소개
살아남다. 라는 말은 꽤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단순히 내 육신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 를 생각하고 나면 살아남는다는 말이 가지는 해석의 여지는 끝없이 넓어지는 것처럼, 다양한 순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감정의 파도 속이던, 우리가 피부로 목격하는 진짜 위협 속이던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말어떤 세상에 살고 계신가요
작가 정보
필명김슐
작가소개요동치는 지구에서 이름이 지워지는 사람들을 위해 일합니다.
무엇이던 쓰고, 그보다 더 많이 지우곤 합니다.
작가의 말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하자 어떻게든 살아지는 것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sep.twenty.f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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