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로를 건널 때 그녀는 흰 바닥만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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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단단한 과일의 속을 봐 보자
[단단한 과일의 껍질을 끊임없이 한 줄로 자르기] 2회


횡단 
by 포포사




그녀는 넓은 도시가,
넓은 도시를 더 넓히기 위해 블록과 블록 사이를 꿰매는 신호등이,
그 일관된 표정 사이를 수없이 왕복해야 하는 삶이 싫다

지난주에 그녀는 동료들에게 너무 차갑다는 소리를 들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탕비실을 지나가던 어젠
너무 불같다는 소리도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상관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돌멩이 같다고 느꼈으니깐

누군가 낮은 자세로 던지기 위해 집어 든
적당히 납작하고 작은 돌멩이

신호등이 켜지면
그녀는 던져진다, 던져진다 생각한다
그럼 그 순간, 삶은 누군가의 놀이처럼 단순하게 여겨졌다

도로를 건널 때 그녀는 흰 바닥만 밟는다
어떤 마라토너가 경기 당일에는 빨간 속옷만 입는 것처럼
행위 자체가 그녀에게 완주를 할 수 있다는 작은 믿음을 주었다

그녀는 좌우를 살피며 도로를 건너다
잠시 쭉 뻗은 도로에 매료되어
도로를 따라 뛰어갈까 생각을 하다가도

흰 바닥이
도시에서 밟을 수 있는 유일한 발판인 것처럼
자신이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파동인 것처럼
흰 바닥만 밟는다

그래서, 그렇지만 도시는 너무 넓고
흰색은 구두 굽에 스치기만 해도 덧입혀지는 색

의식적으로 보폭을 조절하는
그녀는 결국 어떤 숙연함을 마주하게 되고...

어느 날 누군가가 나에게
사람이 펭귄의 기분을 이해하는 날이 올까요?
물으면

나는 답할 겁니다
슬픈 눈으로 나날이 귀여워지는 그녀를 본 적 있습니다
라고



연재 정보
연재명단단한 과일의 껍질을 끊임없이 한 줄로 자르기
연재 슬로건내게 주어진 단단한 과일의 속을 들여다보기
연재 소개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따금 누군가가 방문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작가 정보
필명포포사
작가소개주머니시 작가
작가의 말내가 하고 싶은건 단지
단단한 과일의 껍질을 끊임없이 한 줄로 자르기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poposa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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