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금은 너만 들으렴 너를 생각하는 나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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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고 지칭해온 이들 모두 어렵지만 아름다웠어요. 제가 해주고 싶었던 말입니다.
[너는 어렵지만 아름다워] 1회


자화상
by 시훈




연필을 잡았는데 나도 모르게 두 눈이 그려졌다

보이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눈만 있는 건 억울하니까
다른 부위를 더 그려야지

코랑 입도 그려서
하나의 인상으로 종이에 남겨야지

그림은 어느새 나와 닮아간다
옆으로는 귀를 그려서 속삭여 주어야지

화판에 기대놓는 얼굴

지금은 너만 들으렴
너를 생각하는 나만의 말을

뒤에 있는 창밖으로는 걸어온 길이 뻗어져 있고
너는 여기까지 잘 와 주었어

도화지에는 얼굴만 그리는 바람에
몸이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의 감각까지 내게는 온몸으로 전해진다

그 감각을 따라서
얼굴에 명암을 물들여준다

그건 운동장에서 너를 밀어내던 것의 정체인
시간이었어
기억에 남은 사람들의 그림자였어
계속 온전하려고 노력한 너의 숨결이었어

너는 아무 말 않고 표정이 된다
네 눈은 이제 와서 무얼 보고 있는 걸까

눈이 깜박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는 게
자화상 그리기의 마침표

너의 눈을 한 번 더 보고 고개를 돌린다

얼굴은 기억을 다 비우지 못하겠지만
누구도 너를 비웃을 수 없게
더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떠나는 게 아니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연재 정보
연재명너는 어렵지만 아름다워
연재 슬로건때론 나 자신을 "너"라고 부르기도 하며 쓴 시들.
그리고 "너"라고 지칭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며 쓴 시들.
연재 소개"너"라고 지칭해온 이들 모두 어렵지만 아름다웠어요. 제가 해주고 싶었던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말벌써 오늘이네요. 더 만나요.
작가 정보
필명시훈
작가소개시간 다 되었어요! 모아온 시를 지금 드릴게요.
작가의 말시집 "나를 오래오래 켜두었다"를 독립출판하여 활동을 시작했다.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writer_see_hoon
블로그
kimjh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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