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는 척이 아니다 쉬는 척이 아니다

조회수 328

  

"너"라고 지칭해온 이들 모두 어렵지만 아름다웠어요. 제가 해주고 싶었던 말입니다.
[너는 어렵지만 아름다워] 6회


휴일   
by 시훈





  올리브와 직접 만든 바질 파스타 놓는다 나는 쉬고 있다 아니 쉬지는 않는다 하지만 쉰다고도 할 수 있다 땀 흘려 요리했지만 휴식이라고 말한다 먹고 싶었던 음식으로 아침을 해결하려 하고 설거지를 앞두어도 다시 잔에는 맥주를 채운다 옆에서 감자튀김이 눅눅해지는 걸 보면서 시적인 형상을 떠올리는 오전 타자 소리 없어도 커서는 눈꺼풀처럼 깜빡인다


  눅눅해지고 감자튀김은 그래도 맛있고 기지개를 켜는 와중에도 감자튀김은 눅눅해지고 컵의 표면에는 물방울이 맺히고 눅눅해지는 것과 따뜻해지는 것은 어떤 점이 닮았나 생각하면 시적이지 시는 척이 아니다 쉬는 척이 아니다 이런 발음의 연속을 생각하고 이게 시가 될 수 있나 시원해지려면 시험을 해봐도 좋겠다


  흔들리지 않으면 깃발이 아니다 지금 몇 시지? 시간을 시와 시의 사이인 것처럼 여긴다 시를 앞에 대고 숨을 쉰다 쓴 것을 읽자 시가 펄럭인다 나는 쉬지 않는다 쓰고 읽는데 오랜만에 쉬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기에 시를 쓴다 쓰다가 두 손으로 머리 뒤를 받치고 누워도 시가 생각난다 흘러가며 쉬는 셈이다


  손을 움직이면 다른 손이 잡아끌어지기도 한다 이쪽으로 가보는 건 어떤가요 산 같은 행과 돌다리 같은 마침표 시 앞에서 숨 쉴 독자들을 상상한다 누가 읽게 될까? 시침과 분침은 그들을 찾을 수 있는 레이더 같다 우리 모두 지금 어디서 무얼 하나요


  집 앞에서는 자동차가 햇빛을 받고 있다 쉬고 있다 하지만 쉬지는 않고 있다 나의 앞에서 장면이 되어주고 있다 나는 시의 제목을 쓰고 있다 '자리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무언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쉬는 날 나는 시 세 편을 완성할 찰나다 몰아 쓰니 겨우 돌아온 것 같다 갑자기 온 전화를 받으니 나오라고 한다 불가능하다고 대답한다 미안 이미 술 몇 모금 마셔서 나 운전 못 한다네 걸어오라 해도 미안 나 이미 먼 곳에 잠시 떠나있다네





연재 정보
연재명너는 어렵지만 아름다워
연재 슬로건때론 나 자신을 "너"라고 부르기도 하며 쓴 시들.
그리고 "너"라고 지칭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며 쓴 시들.
연재 소개"너"라고 지칭해온 이들 모두 어렵지만 아름다웠어요. 제가 해주고 싶었던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말벌써 오늘이네요. 더 만나요.
작가 정보
필명시훈
작가소개시간 다 되었어요! 모아온 시를 지금 드릴게요.
작가의 말시집 "나를 오래오래 켜두었다"를 독립출판하여 활동을 시작했다.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writer_see_hoon
블로그
kimjhabo

 



아래 버튼은 후원 버튼으로,
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후원금*은

웹진에 참여하신 작가분들께 전달됩니다.


 

*후원금 기준액은 1,000원입니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