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때마침 고양이는 창틀에 앉더니 밖을 바라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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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고 지칭해온 이들 모두 어렵지만 아름다웠어요. 제가 해주고 싶었던 말입니다.
[너는 어렵지만 아름다워] 4회


고양이를 보면 내 근황이 보여   
by 시훈




  고양이가 앞발로 벽을 두드린 건 틀림없이 연주였어. 내가 학교 의자에 앉아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지. 한시도 가만히 있기 힘든 우리는 한 지붕 아래 함께 살면서 어울렸어. 나는 벽 앞으로 가 고양이를 들어 올렸지. 척추가 찌릿하며 알아 차려지는 게 있었어. 누구야. 들려진 고양이처럼 나도 무언가에 붙잡혀 있었어. 누군가 나를 고양이처럼 보는 것 같았고 나를 간혹 들어 올리기도 했어. 말도 걸어왔지. 어떻게 살래. 사랑할래. 미래가 어떻게 되겠니.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잘못된 것은 없다는 듯한 눈빛을 보였지. 내가 평소에 고양이에게 보여주는 표정이었어. 우린 역시 닮았어. 나는 고양이를 내려주었어. 잘못된 건 없어. 고양이는 유유자적이 식탁 아래를 걸었어. 나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어. 참외를 먹으면서 태도를 흉내 내보기로 했어. 나는 괜찮다. 잘못된 건 없다. 이런 식으로 되뇌면서 발끝에 힘을 줬어. 내가 돌아보면 언젠가 사람들 다 나를 예뻐해 줄 거라고 믿으며 나는 먹는 표정을 짓기로 했어. 때마침 고양이는 창틀에 앉더니 밖을 바라보았어.  





연재 정보
연재명너는 어렵지만 아름다워
연재 슬로건때론 나 자신을 "너"라고 부르기도 하며 쓴 시들.
그리고 "너"라고 지칭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며 쓴 시들.
연재 소개"너"라고 지칭해온 이들 모두 어렵지만 아름다웠어요. 제가 해주고 싶었던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말벌써 오늘이네요. 더 만나요.
작가 정보
필명시훈
작가소개시간 다 되었어요! 모아온 시를 지금 드릴게요.
작가의 말시집 "나를 오래오래 켜두었다"를 독립출판하여 활동을 시작했다.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writer_see_hoon
블로그
kimjh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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