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나는 고대의 흔적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처럼 고개를 파묻고 떨어진 슬픔들을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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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관계는 그저 우리의 섣부름만을 증명하곤 한다.
[섣부름, 미숙함] 4회


숲 
by 소연




   1. 

  숲에서 눈을 감으면 귓가에 슬며시 파도가 친다. 바람이 나무의 잎을 스치는 소리는 파도 소리와 꼭 닮아 있다. 초록으로 밀려오는 파도에 기꺼이 잠식되기로 마음 먹는 하루.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날이면 바다 한 가운데서 물에 잠겨 죽는 꿈을 꿨다.


   0. 

  나무에 맺혀있던 슬픔들이 떨어진다. 슬픔에 긁힌 얼굴에 작은 생채기가 났다. 나는 고대의 흔적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처럼 고개를 파묻고 떨어진 슬픔들을 찾아 헤맸다. 흙 위를 딛고 선 맨발에 형체 없는 슬픔이 묻는다. 나는 색색의 슬픔들을 무심하게 털고 나뭇잎 사이를 이리저리 거닐었다.


   -1. 

  소란스러움의 복판에선 종종 무릎을 감싸고 주저앉는다. 어지러운 움직임에 내멋대로 음악을 끼얹으면 고스란히 춤이 되는 타인들의 분주. 무질서한 걸음들이 만들어내는 경쾌하고 안쓰러운 탱고의 향연. 그들의 발에는 내가 털어낸 슬픔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연재 정보
연재명섣부름, 미숙함
연재 슬로건가끔 어떤 계절은 그저 우리의 섣부름만을 증명하곤 한다.
연재 소개사랑해 마지않았던, 그렇지만 끝내는 섣부름과 미숙함으로 기억되는 순간을 기록합니다.
미숙함에서 비롯된 슬픔마저도 모두 나의 시간이었기에.
하고 싶은 말당신은 어떤 미숙함의 시간을 지니고 있나요?
작가 정보
필명소연
작가소개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생각들이 활자로 기록되는 순간을 사랑합니다. 
생계를 위해 사랑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기억을 사랑하고 기록을 신뢰합니다.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blankk00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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