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는 양초의 붕괴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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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듣는 세상, 가끔은 소란스러운
[무소음無騷音] 2회


양초탄생축복사 
by 차수민




  나는 양초의 붕괴와 함께하고 있다

병에 담긴 향초에 불을 붙이면 비로소 작은 제사다 기리고자 하는 것은 한때는 치열했던 나의 생이요 흘러간 시간들과 어지러이 저질렀던 수많은 과오 지방에는 쓰이는 것이 없다 글자로 남을 생은 불태워져도 뇌리에 남기 때문으로
  언젠가의 기억은 심지에 초꽃이 폈던 일
  신을 모시는 작태는 저지르질 않는다고 믿지 않는 것이 아닌 강림의 원인을 신뢰하지 않는 탓 인공내가 코를 마비한다 촛농이 고여 또 하나의 초, 촛불은 매일이 그러므로 탄생일 또는 타버린 생의 기일
  축縮 한 축하, 생이 나온 지 이십 여 년이 흘렀다
  시들어서
  꺼질 것
  같
  다

  새까맣게 탄 성냥머리는 촛농에 떨어져 굳는다 굳어버릴 것을 꺼낼 수는 없는 도리라 초가 꺼질 때까지 둥둥 뜬 것을 가만 본다 잿가루가 퍼진다 그러니 컨페티, 또 다른 사를 축복하리라




연재 정보
연재명무소음無騷音
연재 슬로건소리 없이 듣는 세상, 가끔은 소란스러운
연재 소개세상을 적습니다. 손가락에 끼워진 색안경이 친구입니다. 지독한 향입니다.
하고 싶은 말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정보
필명차수민 
작가소개글로 접하는 세상, 문자로 그려내는 소리.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삶의 단면들을 조각내어 하나하나 기록합니다. 
작가의 말무언가를 항상 써 내려 갑니다. 
추가 정보
인스타그램@photo_non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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