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6] 모두의 힘을 빌려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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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시 시제품 배포-작품공모 편 



  주머니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여러 작가님의 글을 모아 만든다는 점이겠죠. 실은 그게 대단한 차별점은 아닌데도, 요상하게 주머니시에 실린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보자면 묘한 감동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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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이야기와 이어서… 

  담뱃갑 형태의 시집을 만들기로 했고, 아이디어 윤곽도 잡았고, 돈도 충분히 모았으니, 이제 만들기만 하면 됐는데요. 이상하게 더 깊이 파고들수록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만들 건데?” 란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소리냐면요. 제조를 위한 결정과 재료, 방법론이 모두 준비되었다 생각 했는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니 여전히 빈틈이 많은 것이었죠. 완전 초기 시제품을 50개 납품할 때와 비슷하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또 한 번 느꼈다고나 해야 할까요.

  제품에 구성될 시, 만화, 컬러링 콘텐츠는 어디서 공수해 올 것이며 콘텐츠 비용(저작권료) 처리는 어떻게 할지, 어떻게 종이 마는 기계를 만들지, 패키지 디자인과 지기구조는 어디서 가져오지 등등. 가늠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 부푼 꿈이 금세 쪼그라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운 좋게 해결된 일도, 타협한 일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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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타협한 가장 큰 일을 꼽으라면 작품공모에 관한 일입니다. 본래 기획대로 라면 주머니시에 실리는 시들은 기성 시인의 시였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기성시인의 시는 가볍게 읽기엔(주머니시의 컨셉 및 목적) 난이도가 있는 데다, 저작권 사용료*가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죠. 글쎄 저작권 사용료로만 목표 제작비를 넘겼다니까요~ 

  제 시로 만들까도 했는데요. 자기객관화가 잘 이루어져 이 의견은 다행히 빠른 시간 안에 철회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때 “나처럼 쓰고자 하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이 의문 덕에 생긴 주머니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작품공모가 정책으로써 자리잡게 되었죠. 

  새로이 결정된 작품공모 정책 덕에 더 많은 작가님과 작품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제 주변에는 글을 좋아하는 광고인들이 있었을 뿐, 문학에 진지함을 가진 이들은 많지 않았으므로 외부에서 찾아야만 했는데요. 웹서핑을 통해 한 단체를 찾을 수 있었죠. 청년문예집단 <말그레> 

  그렇게 대뜸 찾아가서 제안을 합니다. 담뱃갑 형태의 시집을 만들고 있는데 제품에 넣을 작품을 제공해주실 수 있는지요. 몹시 빈약한 제안에도 너그러운 말그레 단원분들과 운영진이 계셨고요. 그 덕에 주머니시의 시제품을 배포하게 됩니다. 이후에는 말그레 6기 정식 단원으로서도 활동할 수 있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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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그레가 없었다면 주머니시 시제품 배포는 아주 늦어지거나 나오더라도 지금만큼 사랑 받진 못했을 거란 생각을 하는데요. 그러니까 그때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의 힘을 빌려 지금의 주머니시가 될 수 있었죠. 그분들 중 꽤 많은 수는 지금의 주머니시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요. (말그레 출신 주머니시 작가님들이 많거든요.) 

  이따금 주머니시 작가님들께서는 제게 대장님이라는 호칭을 써서 불러주시는데요. 제게도 대장님이 있었지요. 말그레를 이끌어주시고 지금의 주머니시에 기회를 주신 말그레 대장님께 샤라웃. 작가님들께도 샤라웃, 언제나 응원 전해주시는 요나 시인님께도 샤라웃. 

  그때 정말 부족했던 저를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쓰다 보니 너그러움을 알게 되고, 마음이 무지 따뜻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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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분명 시제품 배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작품공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나고 말았네요. 다시 한 번 시제품 배포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고요. 말그레 입단 테스트 때 썼던 글을 봄놀다 게시물에 올려봅니다. 궁금하다면, 봄놀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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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갑당 약 2000원의 저작권 사용료가 발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출판사 문의 및 인터넷 자료 검색을 통해 추정) 


[사진 설명]
1. 제조현장 사진 업데이트

2. 주머니시 운영자의 말그레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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