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5] 가진 것이 부족함 밖에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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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확보 2편 - 창업공모전 



  한탕 하려다 돈을 잃었다면 차근차근 다시 쌓을 생각을 하는 게 맞겠지만, 원래 크게 잃으면 더 크게 생각하는 거 아시죠? 팔찌 장사가 쫄딱 망하고 나서 더 큰 희망을 찾았습니다. 창업공모전을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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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마지막 학기에는 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창업학기제라는 제도 덕이었는데요. 창업을 목표로 한 학기 활동을 보내면, 최대 15학점까지 학점 수료를 인정해주었거든요. 완전 대박이죠? 학교 축제에 수업 걱정 없이 팔찌 장사를 할 수 있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창업학기제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교내 창업동아리 등록이 필요했는데요. 이를 다 치르고 나면 학교 창업 매니저님께서 각종 행사나 공모전의 정보를 전해주셨어요. 이때 몇 군데 신청하게 된 공모전들이 있었죠. 

  그 중에는 SID AUDITION(시드 오디션)이 있었습니다. 완전 초기의 창업 아이디어를 겨루는 ERICA 교내 공모전으로, 학생들끼리의 경쟁이다 보니 세세한 실행 계획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 또는 실행 가능성에 중점을 둔 공모전이었어요. 그렇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는 주머니시가 밀릴 일 없잖아요? (우쭐😁)

  시드 오디션은 예선과 본선 총 두 번의 발표로 진행되는 공모전이었습니다. 거진 4개월이라는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요. 현 주머니시 기획의 상당 내용이 이 공모전을 준비하며 윤곽을 갖추게 되었어요. 시드 오디션의 예선 무대에서 시거랫—주머니시 아이디어의 전신—은 세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하였고요. 본선 무대에서는 대상*과 함께 상금을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학교 동문회에서 주는 장학금 공모전**도 있었는데요. 뭐랄까 “너의 꿈을 펼쳐, 우리가 지원해줄게”라는 감사한 마음의 공모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곳에서도 3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어, 2017년 12월 말 기준 대략 500만원의 시드머니를 갖게 돼요. 만 6개월 만에 도서 기획과 자금 확보를 마무리하고 주머니시를 만들 때가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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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주머니시를 하며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이 때 그만두었어야 했는데” 라는 말인데요. 이외에도 주머니시의 반응에 속아 지금까지 해왔다고도 말하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상은 반대예요.

  내가 그때 그만 두었다면, 지금까지 두고두고 후회 했을 거란 생각이에요. 이 감사한 일을 모르고 살았겠죠. 또 마침 오늘의 글을 쓰기 위해 지난 자료를 찾아 보았는데요. 이토록 자료와 논리가 빈약할 수 없는데 생각하면서, 그때 지나쳤던 심사위원 분들께서 저를 얼마나 너그러이 봐주었을까 하는 감사한 마음도 들었네요. 가진 것이 부족함 밖에 없던 그 시절의 저와 주머니시.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경험 덕분일까요. 저는 누군가에게 하지 말라는 말은 잘 쓰지 않아요. 본인이 직접 알기 전까지는 제대로 안 게 아니니까. 해보고서 그만둔 것과 하지 않고 그만둔 것은 확연히 다른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어떤 고통은 꼭 겪어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게 정말 아플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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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는 본격적인 시거랫 시제품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가 될 거예요. 원고는 어떻게 모았는지, 시제품 만들기는 어떻게 했는지, 시제품 배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는지도 말예요. 다음 주에 찐 알맹이가 온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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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다른 팀이 대상 타는 거였는데, 교내 더 큰 규모의 창업공모전에서 수상하여 주머니시에 양보했습니다… 살짝 자존심 상했다가 돈 받고 더 잘해야지 히히 했었지요.

**86동기회 드림장학금, 이후 다른 행사에 주머니시 첫 번째 시리즈를 들고 가서 인사드린 적이 있었네요. 


[사진 설명]
1. 시거랫의 정의로 썼던 PPT 장

2. 차별점에 관하여 쓴 장 (전용앱이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해서, 유형물로 만드는 것이 왜 유리한 지)
3.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도서도 진화해야 한다 말하는 장
4. 원래 주머니시 안에는 다른 콘텐츠도 들어갈 예정이었어요. (시라는 장르가 친숙한 장르가 아니니까)
5. 류시화 시인의 시집에 기재된 이문재 시인의 추천사를 발표 표지로 사용했어요.
6. 제조공정(?), 종이를 말기 위한 긴 막대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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