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 터키에서 온 덕희

조회수 30

자금 확보 1편 - 팔찌 장사



  제목 잘못 쓴 거 아닙니다. 사진 잘못 올린 거 아닙니다. 주머니시 계정 맞습니다. “터키에서 온 덕희” 이 문장을 다시 쓰게 될 줄이야. 심상치 않은 줌시 운영자의 천방지축 제작비 충당 모험기. 그럼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

  지난 납품 건 덕에 외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품질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데다 종이를 말며 밤을 꼬박 샜더니, 제 몸이 남아 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납품 이후 하루를 꼬박 자고는 곧바로 외주 제작 업체를 찾아보았습니다. 박스 제작은 100만원이면 충분했고, 내지를 마는 기계는 따로 찾지 못했으나 담배를 마는 도구는 해외 사이트에서 1200달러 즈음 찾을 수 있었죠. 그래서 대략 300만원이라는 금액을 벌어 놓자 라고 목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돈을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안에 구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주머니시를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알바를 해야 한다고 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니까요. 마침 자영업을 하시는 아버지께서 일손이 필요하다 하셔서 일을 며칠 도와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아들이니 더 챙겨주셨음에도, 이대로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했더랬죠.  

  때마침 학과 동기 형**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형은 세계 일주를 하고 있었는데, 터키에 머무르던 시기 ‘여기 팔찌가 무지 싸다. 자기가 이 팔찌를 사서 보낼 테니 학교 축제 때 팔아볼 생각 없냐’고 제게 제안 했더랬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무모한 일을 어찌 하겠냐마는, 제안을 받자마자 행복 회로가 1400만 회 이상 가동되어버린 저…. 그렇게 학교 축제에서 팔찌를 팔게 되었습니다. 팔찌를 팔기 위해 터키에서 온 덕희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어서 자연스레 부스명도 “터키에서 온 덕희”가 됐죠. 

  축제 3일 간의 판매량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약 110개 수량의 팔찌를 팔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어때요. 괜찮았죠?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망했습니다. 쫄딱이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형과 저 둘 다 팔찌의 수요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요. 하루에 100개 씩은 팔릴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매입한 팔찌 수량이 500개. 행사가 끝나고 남은 팔찌는 모두 제작진이, 아니 제가 고스란히 떠안았지요. 


  팔찌 판매 참패 여파로 이전에 번 돈의 절반을 까먹게 되었습니다. 주머니시 자금을 얻자고 한 일이 역으로 기능을 한 것이죠. 아버지께서는 제게 인생 첫 실패를 축하한다며 실패 축하금도 넉넉히 주셨지만, 그마저도 팔찌 매입 대금으로 고스란히 사라졌습니다. 처음으로 현실의 벽과 차가움을 세게 느낀 사건이었어요. 

  그러나 수년이 지나 돌이켜보니, 언제나 그러하듯 참 감사한 일이었단 생각을 합니다. 무언갈 이루는데 꼭 필요한 사건이 있다면, 작은 성공 만큼이나 중요한 작은 실패도 있다고요. 어쩌면 더 주효할 수 있지요. 나름(?) 신중한 사람이 되었고, 다른 길도 볼 수 있을 만큼 시야를 넓어졌으니까요. 

-

  그렇게 제가 보게 된 다른 길은 창업 공모전. 다음 이야기는 요걸로 해볼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팔찌 판매를 제안한 형이 고안한 부스명. “형, 부스명은 뭘로 할까?” “터키에서 온 덕희는 어때? 재밌잖아” “오케이 고”

**주머니시 출판 도서 『원점』의 저자. 학과 동기이며 줌시 대표의 은인. 지금은 진김규(@jinkimgyu )라는 만화작가로 활동 중. 형의 개그 센스를 엿볼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사진 설명]
1. 터키에서 온 덕희 부스 전경
2. 25살의 줌시 대표 (의류 구매처 : 동묘구제시장)
3. 직접 만든 팔찌 진열대
4. 진김규 만화 채널 콘텐츠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