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0] 진심이 아니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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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글이 어렵다고, 왜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나요.

  몇 개월 전부터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순서까지 매겼음에도, 다시 한 번 첫 글을 쓰는 데에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머리가 꼬였어요. 이 원고는 네 번째 다시 쓰고 있습니다. 제가 본체 느끼한 사람이라, 내용에서든, 표현에서든 읽는 이가 부담스러운 글을 쓰는 경향이 있어서요. 못 봐주겠더라고요. 그렇게 헤매니, 에라 모르겠다가 되었습니다. 될 대로 되라지. 그저 제 안에 있는 마음, 진심을 이야기 해야겠단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연재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어디서 얻었는가 말하려고요.

 주머니시 첫 시리즈는 2018년 11월 출간되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까지 어떻게, 왜 계속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아왔는데요. 주머니시를 시작한 초창기에는 한 게 없어서라고 답했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보낼 땐 완전히 확인하지 못해서라고 답했습니다. 여기서 확인한단 건 소비자 반응을 의미하는데요. 그러니까 주머니시가 매력적인 제품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데 5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 시간을 거쳐 알게된 것은 주머니시가 제 생각 보다 매력적인 제품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주머니시가 1년에 10만 권 씩은 팔릴 줄 알았거든요. 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님께서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고유함은 본인의 주장이고, 진정함은 타인의 인정이다” 라는 말씀을 전했는데요. 매력적인 주머니시란, 제 주장에 그칠 뿐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그 문장을 보고 좌절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근래 1~2년 간, 주머니시를 수집하시는 분들이 출현(?) 해주셔서요. 22년 서울국제도서전 운영을 도와주셨던 최대주주님부터, 진열대 요청해주신 00님까지. 이따금 스마트스토어에는 모든 종류의 주머니시를 주문하시는 분도 더러 계시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주머니시를 구매하고 선물하는 분들을 발견하면서, 주머니시가 고유함은 허상이었더라도, 인정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송길영 작가님의 말마따나, 주머니시는 독자, 작가님들의 인정 덕에 진정성을 갖게 된 것이죠. 제가 버릇처럼 말하는 모두 여러분 덕이라는 표현은 진심이 아니라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 생각들을 거치니, 이 글을 쓸 용기가 났습니다. 여러분께서 묵묵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실 거란 묘한 자신감이 생겨서요. 사업이란 꼿꼿해야 되는 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께 기대어 할 수도 있단 것을 알게 됩니다. 보다 열심히 살기 위해선 빚을 지고 사는 법도 하나의 방법이라 들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무척 싫어했는데, 이미 빚을 진 것과 매한가지니 갚으려 열심히 일하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주머니시 이야기는 <주머니시주머니> 라는 이름으로 공개됩니다. 아무래도 주머니시의 정체성과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서요. 주머니시 이야기가 들어있는 주머니. 여러분께 쪽지를 선물하는 기분으로 쓸 요량입니다. 글은 인스타그램과 봄놀다 두 곳에 업로드 할 예정이고요. 찾아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아카이빙 되어 있으면 아무래도 읽기 편하니까요. 연재 일정은 주 1회, 일요일 저녁 9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해당 시간 대로 결정한 이유는 제 글이 매끄러운 편이 아니라서, 여러분이 가장 약할 때(?) 읽어주셨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개콘 대신 주머니시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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