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꿈만 주는 침대를 좋아합니다

김지태

<식물원> 김지태


시체의 얼굴에도 미소는 있습니다
울면서 떨고 있는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는
남자의 얼굴에서 가을이 분열하고
여름은 흔적에서 그림자로 태어나서
눅눅한 얼굴로 여자가 걸어옵니다
웃고 있습니까
까닭 없는 날씨로 운을 점치던 뒷모습
엄마를 닮았습니다
그림자는 얼굴을 갉아 먹었지만
참을 수 없어 잠을 기다립니다
추락하는 꿈만 주는 침대를 좋아합니다
발을 뻗어 계단처럼 빈 곳을 밟아봅니다
나무들이 서로를 안아주는 식물원입니다
덩굴처럼 자라는 불행은 끈입니다
우리들이 이어지는 거리에서
우리들은 무엇을 믿었습니까
대답을 알 수 없어 걸어오는 길에
멀리 덤불처럼 쌓인 죄는 불에 탑니다
돌아오는 길마다 부러진 의자들을
나와 같이 생각했습니다
품으로 안아 먼 동굴에 던졌습니다
메아리가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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