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우리를 종착지에 데려다 놓을 때까지

변예진

<태어나니 쓴 누명> 변예진


많은 이들은 그래도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우리를 종착지에 데려다 놓을 때까지, 확신에 찰 때까지, 우리는 생각했다. 지옥을 생각했다. 천국을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는 끝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더라도 지금보다 외롭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마지막 인사를 남기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했다. 끝을 유예해봤자 안녕을 나눌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다. 보고 싶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미워했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누구도 보고 싶어 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했다. 그것이 곧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끝이었던 시작이지만 시작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들이 우리의 끝에 죄책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후회할 어떤 이들을 생각했다. 남은 이의 슬픔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생각했다. 우리의 슬픔을 곰곰이 생각했다. 정말이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사랑만이 우리의 이유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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