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은 당신으로부터 나왔다

<식탁> 정수


뭐든 물어봐 줘요
천천히
맞은편으로 내 몸은 기운다
중력은 당신으로부터 나왔다
식탁의 한 귀퉁이를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맞닿는 식탁보가 보드랍다
당신 눈가에 어린 그림자에는 자애로운 침묵이 있다
이 좁은 식탁 위에서 섣부른 말은 단 한 마디도 활보하지 않는다
식탁 한가운데에는 때가 탄 조화(造花)가 유리병에 비스듬히 꽂혀 있다
햇빛이 섬유 꽃잎의 표면을 직시한다
옹송그리는 꽃술
당신의 등 뒤에는 그늘이 산다
그늘에서 오래 잠들다 깨어나도, 깨어나 목소리를 잃어버려도 나는 원망이 없으리니
카페의 음악소리가 당신의 목소리와 엇박을 내고
당신이 입술을 앙 다물고 그리는 짧은 호선
드럼 소리에 묻히는 중얼거림
나는 그것이 그렇게 애가 탄다
자꾸 팔꿈치 언저리 옷깃을 만지작거린다
당신을 가만히 마주하자니 언저리가 선명하다
늘어진 안경 줄, 짧은 손톱
닳은 소매 끝과 잔머리, 낡은 머리끈
나의 앵글엔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당신 어깨의 각도, 그 둥근 노래에다
가만히 손을 얹어 떠는 손을 멈출 때까지 서 있어도 볼 것이다


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