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품을 품고 싶어 너의 먼지 묻은 입꼬리를 닦아주고 싶어

김은빈

<재난 ㅡ 생체모험> 김은빈


너의 품을 품고 싶어 너의 먼지 묻은 입꼬리를 닦아주고 싶어 너의 점에 붙은 점을 눌러보고 싶어 너의 불안정한 숨을 호흡하고 싶어 너의 확신 없는 음성을 삼켜내고 싶어 너의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너의 마음을 알아보고 싶어 탐정이 되어서 식도의 위치를 찾고 미식가가 되어서 혀의 맛을 보고 조향사가 되어서 털의 냄새를 맡고 소믈리에가 되어서 피부의 기원을 맞출래 너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들어보고 싶어 새가 나는 소리를 그 새가 가리키는 지도에서 나의 섬은 어디쯤에 있는지를 들어보고 싶어 두른 두른 세엑 세엑 너의 근육을 찢어보고 싶어 그 안엔 무어가 들었니 무어가 너의 피를 운행하게 하니 치치 포포 나는 촛불을 든 모험가가 되어 너의 온몸 구석구석을 헤엄칠 거야 갈비뼈 터널을 지나 적혈구에 비친 너의 얼굴을 들여다볼 거야 뿌듯할지도 모르지만 아주 조금은 눈물이 날지도 모르지 진실이란 늘 그런 거니까
안으로 안으로 들어갈 거야 너의 골수에 잠수해서 평생을 살 거야 숨을 쉴 때마다 심장이 뛸 때마다 밥을 먹고 오줌을 쌀 때마다 내 방엔 태풍이 치고 피가 들겠지 나는 그 재난을 사랑할 거야
재난을 사랑하는 건 모험가의 의무 그리고 진실의 본질 그리고 연애의 지식
나의 재난이 되어주겠니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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