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숫자를 하나씩 모닥불에 던져 넣으면서 사랑을 지펴갔다.

<냄새> 김연수

 

돈도 지식도 없는
우리는 가난했지만
사랑을 모르지는 않았기에

어린 숫자를 하나씩
모닥불에 던져 넣으면서
사랑을 지펴갔다.

시큰한 바람이 불 때쯤
무심한 듯 내 옷장에 자리한
너의 옷
너의 냄새

어리고 우스운
그러나 한 자락의 체향만큼
그리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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