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사랑하시거든 물어 물어 길을 찾아오셔요

<당신을 기다리며 쓰는 글> 


저를 사랑하시거든
물어 물어 길을 찾아오셔요
부산 바닷가 파도소리에 묻힌 길에서 시작한 버스가
세 시간을 넘도록 달리면 나오는 얕은 언덕배기
길을 걷다 힘이 들 쯤에는
혀 끝에 햇살을 감아 한입만 드시고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벽돌집 문을 두드리셔요
그러면 내가 단정히 머리 묶어서 나갈게
북받쳐 흐르니까 입꼬리를 꼭 붙들어 매고
어두울까 대낮에도 켜놓은 등불을 들고서
수줍게 볼 밝히며 빼꼼 문을 열어 줄게요

그래도 아마 당신은 영영 오지 않으실 거야
우리 집 바로 앞에서 길을 잃어버릴 테지
그래도 나는
손거울 앞에서 머리 끈 비집고 나온 잔머리를 고르고
치마폭에 매일 아침 공기를 적셔 다림질을 할게
잊어버려도 아무렴 좋아요
아무렴, 걱정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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