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을 들을 때면 당신의 내장을 생각합니다

<해감> 신창


심해 출신인 저는 여러분의 껍데기보다
조금 못생겼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거 아십니까 갈라진 틈 사이
고인 웅덩이 같은 시선 속에서 저는
이곳도 심연이라는 걸

해감하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만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당신의 내장을 생각합니다

미지근하고 텅 빈 당신의 내장을 위해
짠맛을 빼라는 이야기겠지요

산패된 냄새가 나는 화장실
화장실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면
오만가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반대가 아닐까요 오히려

거울에 비친 내가, 수없이 많은 나를 마주합니다

해감하라는 당신들의 태도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것입니다


2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