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내가 여전히 침묵하는 까닭은 방안이 지나치게 고요하기 때문이다.

김자연

<나는 당신을 알아요> 김자연


괴괴한 밀실과 무정한 가슴을 더없이 사랑하는 나에게도 가끔은 소리 내어 울고 싶은 날들이 있다. 다만 내가 여전히 침묵하는 까닭은 방 안이 지나치게 고요하기 때문이다. 내게 그리운 사람이란 어쩌면 이 지독한 적막에 끼어 나도 모르는 사이 천천히 숨을 잃어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서랍장에서 노란 방안지와 펜슬을 꺼냈다. 단 하나의 곡선으로 완성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단순한 갈라테이아. 그는 자신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게 지나친 온기를 주었다. 단 하나의 곡선을 위하여 여름 소낙비 같은 눈물 줄기를 쏟을 수 있다는 것은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나는 이제 당신 생각을 하지 않고도 누구보다 서럽게 울 수 있게 되었으니.

죽음까지가 인생이라면 나는 여전히 인생을 모르고 이별까지가 사랑이라면 나는 여전히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겠지. 그러나 그리움까지가 당신이라면 나는 비로소 당신을 알 것만 같기에 괴괴한 방 안에서 제 할 일을 하다가도 자꾸만 서러운 울음을 쏟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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