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정말 비 내려야 할 것 같을 때 내려서 나는 할 말이 없지.

<오늘의 구름> 시훈


우울하다고 말하려다 구름을 키우고 있다고 말해버렸지. 당신이 구름? 이라 되묻자 나는 으응이라 대답했고 구름을 떠올렸지.

구름을 내쫓지 못하는 건 감수성이 강하거나 내가 약하기 때문. 구름이 이만 치나 쏟아놓은 눈밭 있지. 그 풍경의 웅장함에 압도되면서 도로를 치울 여력은 없는 관리인이야 내가. 비 오는 날은 정말 비 내려야 할 것 같을 때 내려서 나는 할 말이 없지.

구름은 모든 걸 쏟고 다시 자라지. 오늘도 가슴에는 물이 끓고 눈에는 구름이 고이고 있지. 처방전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어.

이 모든 생각이 나를 멎게 할 때쯤 당신이 오늘 날씨가 어떤 것 같아? 물었네. 날씨는 누가 봐도 맑았고 이윽고 나는 그게 날씨를 보고 한 말이 아님을 알았네. 오늘은 구름이 하얗다고 대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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