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살다 심장마비로 응급 이송된 환자가 냉장고라니.

<모든 냉장고는 심장마비다> 오도


살다살다 심장마비로 응급 이송된 환자가 냉장고라니.
오른쪽이 냉장, 왼쪽은 냉동. 커다란 두개의 문은 심플했다.
냉장칸을 열어보니 온갖 실온의 것들이 빽빽 했다.
아무리 본인이 냉장고라도 그렇지, 오래 보관하려 넣어둔 얕은 다짐들에서도 시큼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꺼내서 버릴까 하다 냉동으로 옮겨주려 왼쪽 문을 여니 심장이 있었다. 하긴, 왼쪽이니까.
냉장고의 심장은 그때 처음 봤다. 냉장고는 정상이었다.
심장도 냉동기능도 심장마비도 모두 정상이라는 말에 보호자는 안도하며 떠났다.
때로 실온의 세계는 너무나도 복잡해서 냉 장고의 왼쪽 문을 열고 머리를 밀어 넣으면 꼭 그때가 생각난다. 생각이 얼어붙을 만큼 시려지면 난 냉동 세계의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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