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다 이뻐. 그래서 너를 이쁘다고 읊는다.

김혜원

<언젠가의 3월> 김혜원


봄의 한강에, 한강의 원형 벤치에, 원형 벤치의 끄트머리에 너는 앉아 있다. 이뻐. 나는 이쁜 것들을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다 이뻐. 그래서 너를 이쁘다고 읊는다. 허공을 가로지르던 눈동자에 내가 가득 담길 때, 어둡고 무책임한 시선이 나를 오래도록 짓누를 때. 난 우주에서 가장 알량한 안정제를 삼킨다. 젖은 머리가 마르자 눈을 감는 너, 이뻐. 이쁘다는 말을 미워하는 너, 하지 마. 너만의 가르마를 흐트러뜨리면 내 머리칼을 올려 묶는 너, 진짜 하지 마? 나른하게 웃는 너, 아니. 앞니와 아랫니의 감각이 재회하고 나는 오늘도 너의 모닝커피를 건너 마신다.


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