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것을 함부로 진리라고 부를 수 없도록

<비행기에서> 옥돌


아무래도 난 땅보다 구름 위를 밟을 때 제일 똑똑 해지는 것 같아

이 비행기에서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비상구를 왈칵 열고 빨려나가버릴 수 있다면
놀란 사람들과 내게 겨눈 스마트폰 렌즈들을 뒤로 한 채 배영 할 수 있다면

그러면 나는 구름을 가로지르며 천 개의 시를 쓸 거야
천 개의 시뿐만이겠어
물론 만 개의 수학 법칙도 발견해내겠지

아마 뉴턴의 사과도 그랬을 거야
중력처럼 쏟아졌던 진리들이 한 입의 과육이 되어 목구멍 속으로 사라질 때 얼마나 허허했을까
아무리 우리의 영웅 호빵맨은 친구를 위해 머리를 한 쪽 떼어 준다지만
뉴턴은 사과에게 친구도 무엇도 아니었잖아

그러니까 나는 천 개의 시와 만 개의 수학 법칙과 함께 바닷속에 잠들 거야
아무도 그것을 함부로 진리라고 부를 수 없도록
창밖으로 보이는 저 바다의 가장 진한 부분
저기에 빨강과 함께 나를 묻고 그것들을 간직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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