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연, 「어항」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中)

봄놀다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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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


정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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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가 알을 삼키는 것을

물고기가 물고기를 삼키는 것을 본다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루가 다르게 앙상해지는 것 같다
더는 빠질 살이 없는 것 같은데도 그렇다

나의 걸음이 지나치게 흔들리는 이유는
다리 힘줄을 감쌀 지방이 없기 때문이라고

음식으로 치면 담백한 것,
부드럽고 부드러워지기 위해

더 많이 먹어야 한다
물고기를 삼키는 물고기
인간을 삼키는 인간
너를 먹는 것 같아서
음식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다 안다
코너에 몰리기 시작하면 끝이라는 것을
떠오르는 숨
공중에 풀어지는 물의 감촉들
툭,
힘을 놓았는데

멈춰 설 때가 있다

넌 너무 예민해
왜 이렇게 필사적으로 걸어? 모두 평온한 표정인데 ......
갓 닦인 포장도로의 보드라움
살냄새로는 착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이제 나는 그 말을 칭찬으로 볼 줄 알고
나의 날 섬이 너의 말을 베고 갔으면 좋겠다

어항을 삼키는 어항
집을 삼키는 집
잘 도망쳤으면 좋겠다
그래서 살 수만 있다면 다 살았으면 좋겠다

유리벽에는 더 큰 유리벽
콘크리트에는 더 크고 차가운 얼음 콘크리트

이제 나는 너의 건녀편에 비친 내 얼굴이
가장 평온할 것임을 안다

두껍고, 두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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