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신용목

송유수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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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신용목


  친구가 유기묘를 분양 받지 않겠냐고 물었다

  나는 슬픔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모른다 유기농 먹이를 구하여 때마다 끼니를 챙기고 적당한 사다리를 세워 슬픔이 커가는 것을 오래 지켜보는 법을 모른다

  슬픔을 몸밖에 꺼내놓고 바라보는 일은 무엇일까 어느 날 슬픔의 말을 다 알아듣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친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새벽마다 환한 교회 창으로 쏟아지는 통성기도처럼

  언제부턴가 친구는 내 앞에서 울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는 날, 내가 잃어버린 잠은 창문 밖으로 쏟아져 고양이로 태어나는 것 같다
  환하게 벌어진 내 생각의 가장 멀리까지 가 말똥말똥 두어 마리 새끼를 키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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