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진을 찍자고 하면 말이에요> 참티스트

<제가 사진을 찍자고 하면 말이에요> 참티스트


가끔 헷갈립니다. 제 얼굴에 달린 이것이 인간의 눈인지 카메라의 구성품인지…. 다만 잊고 싶지 않은 풍경 앞에서 저는 꼭 사진기가 되고 싶습니다. 며칠 전 멋진 사람들을 만났어요. 대체로 헤어짐에 미련이 적은 분들이지요.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는 얼굴들입니다만, 그들이 저의 눈을 보며 말한 문장들은 제게 있어 영원한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사진을 찍자고 하면 말이에요. 당신께 특별한 호감이 있다는 생각 말고, 사진까지 찍을 사이인지 의심 말고, 매일 보는데 웬 사진이냐 하지 말고, 허울만 중요히 여긴다 말고. 실은 모든 생각을 하셔도 말입니다. 귀찮으시더라도, 어리둥절 하시더라도, 찍어주십시오.

그렇게 큰 서울의 다리가 무너지고 매일 탑승하던 대구의 지하철이 뜨거워지고 즐거운 소풍 날 바다의 배는 가라앉더군요. 갑자기. 우리의 세계는 갑자기 벌어지더군요. 왜? 왜냐고 물을 새도 없더군요. 무례하게 증발한 시간은 누구의 얼굴을 일그러트리 더군요.

사진은 인간의 최선입니다. 열심히 남기자고요. 말은 뱉는 순간 무형이 되고 머리는 유통기한에 다다를수록 기억을 지우니까. 저나 당신이 살아있대도 모두 살아있지는 못할 수 있으니까. 우리의 시간은 갑자기. 갑자기 그래왔으니까요.





이 작품은 주머니시 시집 시리즈에 수록된 시입니다.
컵홀더의 QR코드는 24개의 시 중에서 무작위로 하나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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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시 시집 시리즈는 한양대학교 에리카 창업동아리, 주머니시에서 만든 시리즈로 작품 공모를 통해 시집에 포함될 작품을 선정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