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김자연

<안부> 김자연


A 군에게 잘 지내냐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곧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한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요. 어두운 과거로 미래를 비추며 제 자신을 끊임없이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죠. 가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나라는 인간은 도무지 쓸모가 없거든요.」
A 군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고 나는 말 시키지 말라는 소리라고 대답했다. 사실은 거짓말이다. 부산스럽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으며 A 군도 그렇지 않냐고 살뜰하게 물어봐 주었다. 예상대로 이 유쾌하 고도 절망적인 대화는 때를 정하지 않았으나 머지않은 만남을 기약하며 매끄럽게 처리되 었다.
계획이 없는 사람에게 계획을 묻는 것은 귀찮은 일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뭐 하냐고 묻는 것은 퍽 외로운 일이며 도망치고 싶은 사람에게 어디냐고 묻는 것은 꽤 위태로운 사건이다. 그러나 유약한 가슴에 대한 자기 연민은 늘 미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으므로 나는 상냥한 말씨를 줄곧 내뱉고야 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주머니시 시집 시리즈에 수록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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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시 시집 시리즈는 한양대학교 에리카 창업동아리, 주머니시에서 만든 시리즈로 작품 공모를 통해 시집에 포함될 작품을 선정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