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of Cards> 이정은

<House of Cards> 이정은


당신은 파도처럼 왔다가 숲이 될 거야 나는 떨어지는 느낌에 면역이 생길 거야 당신은 기억을 촘촘한 언어로 엮어서 가족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다시 쓰게 할 거야 우리는 소극장의 흐릿한 스크린 속으로 눈알 네 개를 바치며 함께 야위어갈 거야 당신은 나를 꿈에서 처음 만났을 거야 나는 지금을 잘 기억하라고 여러 번 말했을 거야 우리의 일기는 웜홀이 될 거야 당신은 터널에서 주운 폴라로이드 사진을 불태우면서 멍청한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늘어놓을 거야 나는 흑백 세상을 병적으로 그리워하고 당신은 행성이 내뿜는 소리에 중독될 거야 어쩌면 당신은 숨이 될 거야 초를 불기 직전에 가다듬는 호흡 한 줌이 될 거야 나는 기사 없는 택시에 셔츠를 두고 내릴 거야 당신은 단추를 끝까지 채워 목숨의 줄을 가리고 목줄 없는 삶을 살 거야 나는 글자가 될 거야 잉크와 종이만 있으면 불빛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될 거야 당신은 빨래 개듯 마음 접는 법을 가르쳐 줄 거야 그렇게 접은 마음을 포장까지 해서 배웅해 줄 거야 나는 영화감독이 될 거야 당신은 클라이맥스에 삽입되는 음악이 될 거고 복선을 담은 한 줄의 대사가 될 거야 꽤 끔찍한 영화가 될 거야 우리는





이 작품은 주머니시 시집 시리즈에 수록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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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시 시집 시리즈는 한양대학교 에리카 창업동아리, 주머니시에서 만든 시리즈로 작품 공모를 통해 시집에 포함될 작품을 선정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