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소연

<편파> 소연


너만은 편파적으로 늘 내 편을 들어줘.

이성이나 합리 같은 거, 그러니까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들은 잠시 접어두고 무지의 장벽 저편에서 가득 편파적으로 굴어줘. 그래서 내가 살고 싶지 않은 순간에 너를 붙들고 뭍으로 기어 올라올 수 있게 해줘. 내가 비틀비틀 딛는 모든 걸음의 곁을 지켜줘. 내 지난한 밤과 아침에 다정한 인사를 건네줘.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나의 작고 사소한 이야기를 물어줘. 사랑한다는 말은 지루하니까 간지러운 이국의 언어로 네 마음을 속삭여줘. 가벼운 목소리로 지키지 못할 영원을 약속하는 대신 유한하고 연약해서 더 반짝이는 우리를 오래도록 기억해줘.

그러다가 빛이 사라지면,
내가 너에게 갈게.*




*영화 <렛미인> 인용





이 작품은 주머니시 시집 시리즈에 수록된 시입니다.
컵홀더의 QR코드는 24개의 시 중에서 무작위로 하나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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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시 시집 시리즈는 한양대학교 에리카 창업동아리, 주머니시에서 만든 시리즈로 작품 공모를 통해 시집에 포함될 작품을 선정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