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이우아

<대설주의보> 이우아


언니, 내가 뭐 운명 같은 거 믿는 어린앤 줄 알아요? 사실 엄청 믿고 있었는데. 거짓말이 눈처럼 쌓여갔다. 이름을 못 불러서 너는 내 안에서 매일 커졌지 위장에서 간에서 심장 에서 매일 커졌지 살색 먹구름이 꼈지 술만 먹으면 네 이름이 목구멍을 비집고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지 주의보가 내리겠지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드는 애인들은 모조리 버렸지 속삭 이는 애인을 갖고 싶었다 아무도 없었지 언니, 내가 잃는 거 따지면서 무서워하겠어요? 사실 너무 무서웠는데. 너무 두려워서 불도 켜고 잠을 자야 했는데. 뒷굽이 닳아버린 한파가 온다는데. 눈이 내리면 우산 씌워주는 애인 말고 같이 누워 버둥거릴 애인 하나 갖고 싶었지





이 작품은 주머니시 시집 시리즈에 수록된 시입니다.
컵홀더의 QR코드는 24개의 시 중에서 무작위로 하나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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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시 시집 시리즈는 한양대학교 에리카 창업동아리, 주머니시에서 만든 시리즈로 작품 공모를 통해 시집에 포함될 작품을 선정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