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사각지대

<이명> 사각지대


남들과는 다른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던 사람이 있었다
소수민족의 언어처럼 잊혀져 조용히
멸종을 기다리던 나를
세상에 외쳐준 사람
네 곁에선 불조차 안전했고
밤조차 휘영청 그저 밝았던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누구라도 붙잡으려 애쓰는 시장통에서
때론 설거지와 세탁기와 청소기의 소음 속에서
이명은 마치 울음처럼 울리고
없는 걸 알면서도 뒤를 돌아보게 해

때로는 표류하면서
때로는 매몰되어서
네 목소리는 제3의 기관처럼 얇은 귓바퀴에 뿌리 내리고
나는 그걸 새로운 장신구마냥 달고 살겠지

잠결에도 선명했던 이름
누가 나를 그렇게 불러줄 수 있겠어

오직 너지
너 뿐이지





이 작품은 주머니시 시집 시리즈에 수록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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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시 시집 시리즈는 한양대학교 에리카 창업동아리, 주머니시에서 만든 시리즈로 작품 공모를 통해 시집에 포함될 작품을 선정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